이 세상에 못난 꽃은 없다
화난 꽃도 없다
향기는 향기대로
모양새는 다 모양새대로
다,이쁜 꽃
허리 굽히고 무릎도 꿇고
흙 속에 마음을 묻은
다,이쁜 꽃
그걸 모르는 것 같아서
네게로 다가간다
당신은 참
예쁜,꽃

나호열/당신에게 말 걸기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
밤이면 나는 별에게 묻습니다
사랑은 과연 그대처럼 멀리 있는 것인가요
내 가슴 속에 별빛이란 별빛은 다 부어놓고
그리움이란 그리움은 다 일으켜놓고
당신은 그렇게 멀리서
멀리서 무심히만 있는 겁니까

이정하/별에게 묻다

 

 

 

 

 

 


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
그 무수한 길도
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
까마득한 밤 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
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
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
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
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
사랑에서 치욕으로
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
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
그러나 매양 퍼 올린 것은
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
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
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
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
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

나희덕/푸른 밤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
가끔 네 꿈을 꾼다
전에는 꿈이라도 꿈인 줄 모르겠더니
이제는 너를 보면
아,꿈이로구나 알아챈다

황인숙/꿈

 

 

 

 

 


눈을 다 감고도 갈 수 있느냐고
비탈길이 나에게 물었다


나는 답했다
두 발 없이도 아니,길이 없어도
나 그대에게 갈 수 있다고

김현태/첫사랑

 

 

 

 

 


그대를 늘 생각할 수 있는
단 한송이 꽃만 있다면
나는 영원히
나의 정원을 가꿀 수 있을 겁니다

클라우디아 애드리에나 그랜디/나의 정원

 

 

 

 

 

 


네가 나의 꽃인 것은
이 세상 다른 꽃보다
아름다워서가 아니다
네가 나의 꽃인 것은
이 세상 다른 꽃보다
향기로워서가 아니다
네가 나의 꽃인 것은
내 가슴속에 이미
피어있기 때문이다

한상경/나의 꽃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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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다려, 같이 가자.
우리 같이 달이 손짓하는 소리를 듣자.
은핫물에 발을 담그자, 들풀의 정원에서 함께 걷자, 우리 사랑하자.

너의 손은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꽃,는 그런 네게 투신하는 나비.
오로라 같은 네 꽃잎을 잡아보자. 코를 박고 너의 손등에 입맞춤하자, 기다려줘.

잠시만 기다려, 나랑 걷자
네 옆에 푸른 그림자가 진다. 너를 잡는 누군가가 있다. 그 뒤로는 한 걸음 떨어져 걷는 내가 있다.
반딧물은 숨을 거두고 달은 저물고 별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.

너의 등으로 내가 석양처럼 기운다.
밤의 장막이 내린다. 나는 참을 수 없는 은핫물을 쏟는다.

나만큼은 받을 수 없는 부케, 결혼 축하해.



서덕준 / 결혼 축하해






어느 날 나는 나의 영혼을 견딜 수 없었다

그 아이가 너무 좋았다



황인찬 / 오수 中에서





너의 얼굴을 가만히 읊어보겠어
과꽃이 지고 바람에 네 살결의 향수가 실리던 때를 기억해
네 어깨에 손을 올리고 가만히 건반을 두드리며 너의 음계를 훔치던 내가 있어
짙은 밤 네 눈의 우물에서 낮달처럼 비치던 내가 있어
우리 인연은 호흡처럼 짧아서 너는 내게 한숨이야.

너의 눈썹에는 미처 부치지 못한 내 엽서가 날아들고
눈꺼풀엔 내가 아닌 누군가가 출렁이고 있어, 내 질투로는 차마 파문을 일으킬 수 없는.
네 살구색 뺨에 언젠가 내가 기대었다는 것을 너는 기억해?

내 마음엔 녹슨 대문이 울며 열려있고 너의 신발은 없어진 지 오래,
내게는 가장 아름다운 손님이었지. 이미 네 발자국의 소리는 내 것이 아니야.

네가 아프지 않았으면 해
누구와 있더라도
너는 행복한 영화야,
내 찬란한 장미야.




서덕준 / 찬란한 장미 예찬론






길가에 민들레 한 송이 피어나나면
꽃잎으로 온 하늘을 다 받치고 살듯이
이 세상에 태어나서
오지직 한 사람을 사무치게 사랑한다는 것은
이 세상을 전체를
비로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.

차고 맑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고
우리가 서로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은
그대는 나의 세상을
나는 그대의 세상을
함께 짊어지고
새벽을 향해 걸어가겠다는 것입니다.



안도현 / 사랑한다는 것






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
힘들 때 마음 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
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



나태주 / 행복





아직 작은 씨앗이기에
그리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아
그리 불안해하지 않아도 괜찮아

넌 머지않아 예쁜 꽃이 될 테니까.



박치성 / 봄이에게 中에서





내가 외로울 때
누가 나에게 손을 내민 것처럼
나 또한 나의 손을 내밀어
누군가의 손을 잡고 싶다
그 작은 일에서부터
우리의 가슴이 데워진다는 것을
새삼 느껴보고 싶다.



이정하 / 조용히 손을 내밀어






지금 꼭 사랑하고 싶은데
사랑하고 싶은데 너는
내 곁에 없다.

사랑은 동아줄을 타고 너를 찾아
하늘로 간다.

하늘 위에는 가도가도 하늘이 있고
억만 개의 별이 있고
너는 없다. 네 그림자도 없고
발자국도 없다.

이제야 알겠구나
그것이 사랑인 것을.



김춘수 / 지금 꼭 사랑하고 싶은데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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너의 다정함의 온도는
36.5도를 넘기고
내게 화상을 입힌다.



김우석 / 다정함의 온도





자식이라는 이름으로
가슴 곳곳에 대못질을 했다.

아빠는 내가 못을 박은 곳마다
나의 사진을 말없이 걸어놓곤 하셨다.



서덕준 / 사진보관함




난 네가 누군지 몰랐어
너는 햇살이었고, 바람이었고, 즐거운 충동이었지
너는 가루같은 물방울이었고, 춤이었고, 맑고 높은 웃음소리

항상 내게 최초의 아침이었어.



황강록 / 검고 푸른 날들










겨울이었어
네가 입김을 뱉으며 나와 결혼하자 했어
갑자기 함박눈이 거꾸로 올라가
순간 입김이 솜사탕인 줄만 알았어
엄지발가락부터 단내가 스며
나는 그 설탕으로 빚은 거미줄에 투신했어
네게 엉키기로 했어 감전되기로 했어
네가 내 손가락에 녹지 않는 눈송이를 끼워줬어
반지였던 거야

겨울이었어
네가 나와 결혼하자 했어.



서덕준 / 오프닝 크레딧










예를 들면,
바다에서 물놀이를 하고 돌아온 날 밤
잠자리에 들어도 여전히 몸이 파도에 울렁이는 느낌
한낮의 해변에 드러누워 눈을 감아도 태양이 보이는 것 같은 느낌

그런 식으로 너는 늘 내 안에 있었다.



에쿠니 가오리 / 선잠







사는 게 염증날 때
당신이 울지 않았으면 참 좋겠다.



원구식 / 풀잎






소년이 늙어 노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
소년은 늙어 늙은 소년이 되고
소녀도 늙어 늙은 소녀가 되는 것이다.



김영하 / 빛의 제국











몽롱해집니다.
피곤하고 졸리운데
당신이 내 가슴에 한없이 파고드시니
대체, 여기는 어디랍니까.



김용택 / 현기증










너를 무척 좋아하니까.
너에 관한 모든 걸 알고 싶어.
무엇이 너를 너로 만들었는지 알고 싶어.



필립 로스 / 울분










언제라도 찾을 수 있는
가장 가까운 거리에 서 있겠습니다
낯선 기분이 들지 않도록
모든 것은 제자리에 놓아두겠습니다
기별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
그대는 그저
돌아오기만 하십시오.



이정하 / 약속










언제나 가까이 네가 있어도
나는 네가 모쪼록 늘 궁금해서
네 기묘한 마음에 망원경을 들이댄다

사람 많은 곳에서도 네가 없으면
인적 끊긴 거나 다름없는 거
그러니 언제든 나 외롭게 홀로 두지 마.

올겨울엔 나, 당신에게
착한 일을 많이 했다고 주는 산타의 선물.
크리스마스에 받은 제일 기쁜 선물이 됐으면 좋겠어.



정유희 / 나라는 선물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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맑은 하늘이 서서히
잿빛 구름으로 멍드는 걸 보니
그는 마음이 울적해진다고 했다


하늘은 흐리다가도 개면 그만이건만
온통 너로 멍든 내 하늘은
울적하단 말로 표현이 되려나.

-

멍, 서덕준







마음가에 한참 너를 두었다


네가 고여있다보니
그리움이라는 이끼가 나를 온통 뒤덮는다


나는 오롯이 네 것이 되어버렸다.

-

이끼, 서덕준







당신을 생각하며
한참 뭇별을 바라보다가
무심코 손가락으로 별들을 잇고 보니


당신 이름 석 자가 하늘을 덮었다.

-

별자리, 서덕준







당신과 불현듯 스친 손가락이
불에라도 빠진 듯 헐떡입니다.


잠깐 스친 것 뿐인데도 이리 두근거리니
작정하고 당신과 손을 맞잡는다면
손등에선 한 떨기 꽃이라도 피겠습니다.

-

손, 서덕준







여자 보기를 돌같이 하던 한 사내는
수국 가득 핀 길가에서 한 처녀와 마주치는 순간
딱, 하고 마음에 불꽃이 일었음을 느꼈다.


사랑이었다.

-

부싯돌, 서덕준







누구 하나 잡아먹을듯이 으르렁대던 파도도
그리 꿈 꾸던 뭍에 닿기도 전에
주저앉듯 하얗게 부서져버리는데


하물며 당신의 수심보다도 얕은 나는
얼마를 더 일렁인들
당신 하나 침식시킬 수 있겠습니까.

-

파도, 서덕준







당신이 나의 들숨과 날숨이라면
그 사이 찰나의 멈춤은
당신을 향한 나의 숨 멎는 사랑이어라.

-

호흡, 서덕준







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
나 아닌 누군가를 향해 당신이 비행한다.


나는 당신이 남긴 그 허망한 비행운에
목을 매고 싶었다.

-

비행운, 서덕준







가시가 달렸다는 남들의 비난쯤은
내가 껴안을게
달게 삼킬게


너는 너대로
꽃은 꽃대로
붉은 머릿결을 간직해줘
우주를 뒤흔드는 향기를 품어줘


오늘 달이 참 밝다
꽃아, 나랑 도망 갈래?

-

장미 도둑, 서덕준







나그네가 혹여나 체할까
찬 물 위로 띄우는 버들잎처럼
나도 위태로이 범람하는 당신 생에 뛰어들리라.

-

버들잎, 서덕준







너는 몇 겹의 계절이고 나를 애태웠다.


너를 앓다 못해 바짝 말라서
성냥불만 한 너의 눈짓 하나에도
나는 화형 당했다.

-

장작, 서덕준







단풍보다 고혹하고 은행보다 어여쁘니
쏟아지는 당신께 파묻혀도
내게는 여한 없을 계절이어라.

-

가을, 서덕준







당신은 사막 위 나비의 날갯짓이어요.


그대 사뿐히 걸어보소서
흩날리는 머릿결에도
내 마음엔 폭풍이 일고 나는 당신께 수몰되리니.

-

나비효과, 서덕준







네게는 찰나였을 뿐인데
나는 여생을 연신 콜록대며
너를 앓는 일이 잦았다.

-

환절기, 서덕준







어둠 속 행여 당신이 길을 잃을까
나의 꿈에 불을 질러 길을 밝혔다.


나는 당신을 위해서라면
눈부신 하늘을 쳐다보는 일쯤은
포기하기로 했다.

-

가로등, 서덕준







눈가에 시 몇 편이 더 흘러내려야
나는 너 하나 추방시킬 수 있을까.

-

추방, 서덕준







겨울이었어
네가 입김을 뱉으며 나와 결혼하자 했어
갑자기 함박눈이 거꾸로 올라가
순간 입김이 솜사탕인 줄만 알았어
엄지발가락부터 단내가 스며
나는 그 설탕으로 빚은 거미줄에 투신했어
네게 엉키기로 했어 감전되기로 했어
네가 내 손가락에 녹지 않는 눈송이를 끼워줬어
반지였던 거야


겨울이었어
네가 나와 결혼하자 했어.

-

오프닝 크레딧, 서덕준







너는 내 통증의 처음과 끝.
너는 비극의 동의어이며,

너와 나는 끝내 만날 리 없는
여름과 겨울.

내가 다 없어지면
그때 너는 예쁘게 피어.

-

상사화 꽃말, 서덕준







너는 나의 옷자락이고 머릿결이고 꿈결이고
나를 헤집던 사정없는 풍속이었다.


네가 나의 등을 떠민다면
나는 벼랑에라도 뛰어들 수 있었다.

-

된바람, 서덕준







누가 그렇게
하염없이 어여뻐도 된답니까.

-

능소화, 서덕준







밤이 너무도 어두워
잘 보이지 않았지만
옅은 별이
유독 비추는 곳 있어 바라보니


아, 당신이 있었습니다.

-

별 I, 서덕준







붉게 노을 진 마음에
머지않아 밝은 별 하나 높게 뜰 것입니다.


보나마나 당신이겠지요.

-

별 II, 서덕준







퀴퀴한 창고 구석에
녹슨 통기타 하나가 놓여 있었다.
세월은 겹겹이 쌓여 무덤을 만들고
그 위엔 턱수염같은 잔디가 자라있었다.
나는 먼지를 털고 나서 한참 후에야 알았다.


그것은 낡은 기타가 아닌
아빠의 옛 꿈이었음을.

-

옛 꿈, 서덕준







주제를 알면서 감히 꿈을 꿨다
남루하고 깨진 마음에 버겁게도 밀어 넣었다


내 마음에 절망이 스미고
결국 가라앉아 강바닥에 묻힌다 한들
기어코 담고 싶었다.


당신을 구겨 넣고 이 악물어 버텼건만
내가 다 산산이 깨어지고
강바닥에 무력히 스러져 눕고서야 알았다.


그대는 그저 흐르는 강물이었음을.

-

강물, 서덕준







내가 철없었어요.


어린 시절, 성냥불같이 단번에 타올랐던 내 사랑
이렇게 지금까지 그을린 자국이 남아있을 줄이야.


성장통이 끝난 나의 마음 한가운데
당신 얼굴로 그을려 있는


철없던
나의 사춘기.

-

사춘기, 서덕준







너를 그리며 새벽엔 글을 썼고
내 시의 팔 할은 모두 너를 가리켰다.


너를 붉게 사랑하며 했던 말들은
전부 잔잔한 노래였으며
너는 나에게 한 편의
아름다운 시였다.

-

너의 의미, 서덕준







네가 새벽을 좋아했던 까닭에
새벽이면 네가 생각나는 것일까.


아, 아니지.
네가 새벽을 좋아해서가 아니라
내가 너를 좋아해서였구나.

-

새벽, 서덕준







남들은 우습다 유치하다한들
나는 믿는다
영원한 영혼을, 죽음 너머 그 곳을.


그렇다고 믿자.


내가 늙고
어느덧 잔디를 덮어눕고
당신이 있는 그 곳에 가거든


한 번 심장이 터져라 껴안아라도 보게.
나 너무 힘들었다고 가슴팍에 파묻혀 울어라도 보게.

-

천국, 서덕준







마음이 사무치면 꽃이 핀다더니
너 때문에 내 마음엔 이미 발 디딜 틈 없는
너만의 꽃밭이 생겼더구나.

-

꽃밭, 서덕준







무지개가 검다고 말하여도
나는 당신의 말씀을 교리처럼 따를 테요


웃는 당신의 입꼬리에 내 목숨도 걸겠습니다.

-

당신은 나의 것, 서덕준







자식이라는 이름으로
가슴 곳곳에 대못질을 했다.


아빠는 내가 못을 박은 곳마다
나의 사진을 말없이 걸어놓곤 하셨다.

-

사진보관함, 서덕준







그 사람은 그저 잠시 스치는 소낙비라고
당신이 그랬지요.


허나 이유를 말해주세요.
빠르게 지나가는 저 비구름을
나는 왜 흠뻑 젖어가며 쫓고 있는지를요.

-

소낙비, 서덕준







밤 하늘가 검은 장막 위로
별이 몇 떠있지가 않다.


너를 두고 흘렸던 눈물로 별을 그린다면
내 하늘가에는 은하가 흐를 것이다.

-

은하, 서덕준







출처
- 시인 서덕준 인스타그램 @seodeokjun
- 시인 서덕준 페이스북 페이지 http://facebook.com/seodeokjun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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